STORY 커리어 & 전환 성장

어느 날 갑자기 CTO가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책임이 만든 도약

전략 기획 총괄에서 기술 총괄까지, 엉망진창이었던 시스템을 신뢰로 바꾼 기록

Vailyn
Vailyn 2026.04.18
어느 날 갑자기 CTO가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책임이 만든 도약

1. 계획에 없던 직함, 등 떠밀려 선 무대

인생은 때로 치밀한 전략보다 황당한 우연으로 항로를 바꿉니다. 제가 처음 그 스타트업에 발을 들였을 때의 직함은 '전략/기획 총괄 전무이사'였습니다. 컨설턴트 시절의 경험을 살려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조직을 셋팅하는 것이 제 미션이었죠. 당시 제가 관리하던 팀은 디자인팀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중도에 CTO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배는 이미 띄워졌는데 키를 잡을 사람이 사라진 격이었죠.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느 날 갑자기,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그리고 AI 팀까지 아우르는 기술 총괄(CTO)의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준비할 시간도, 거절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직함이 생기자마자 역할은 무자비하게 시작되었습니다.

2. 모르는 상태에서 증명해야 하는 무게

기술 총괄이라는 자리는 '모른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곳입니다. 당시 저는 개발 스택의 세부 로직을 완벽히 이해하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팀원들은 모두 이곳이 첫 직장인 사회초년생들이었습니다. 경험 없는 주니어들과 기술을 모르는(듯 보이는) 리더. 외부의 시선, 특히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담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전혀 믿지 않았고, 제 직함은 그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건 시스템 자체였습니다. 단순한 버그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인 기술 설계부터 꼬여 있었고, 기획과 개발의 괴리는 깊었습니다. 매일같이 터지는 이슈들 속에서 저는 결정해야 했습니다.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이 시스템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 제 사전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없었기에, 저는 정면 돌파를 택했습니다.

3. 밤샘 작업과 설계로 쟁취한 신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유일한 방법은 '말'이 아니라 '결과'였습니다. 모두가 퇴근한 고요한 사무실, 저는 홀로 남아 밤을 새우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코드를 치지는 못하더라도, 전체적인 시스템 아키텍처와 로직의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했습니다. 기술 설계도를 다시 그리고, 기획자로서의 전략적 사고를 기술 설계에 이식하며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 나갔습니다.

단순히 기능 하나를 고치는 제안이 아니라, 왜 이 문제가 발생했는지 근본적인 설계를 수정하고 기획을 다시 잡은 개선안을 들고 투자자들 앞에 섰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자, 그들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은 기술의 핵심을 짚고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구나"라는 인정을 받는 순간, 그간의 피로가 씻겨 나갔습니다. 전략적 리더십이 기술적 신뢰로 치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4. 무너진 조직의 재편과 뼈아픈 결단

사회초년생들로 구성된 팀을 이끄는 것은 리더십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였습니다. 제가 합류했을 때, 이미 조직력은 무너져 있었고 자금 문제와 팀원들의 역량 부족이 겹쳐 있었습니다. 엉망이 된 상황 속에서 저는 단순히 모두를 안고 가는 '착한 리더'가 될 수 없었습니다. 회사의 생존과 투자자이자 파트너인 고객사의 신뢰를 지켜내기 위해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습니다.

결국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정리를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백엔드 개발자 한 명만을 선별하여 팀을 재편했습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고, 실질적인 결과물로 응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문제와 자금 압박 사이에서 내린 이 뼈아픈 결정들은 저에게 창업의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 그리고 리더의 결단이 조직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뼈저리게 가르쳐주었습니다.

5. 인력의 공백이 만든 '진짜 빌더'의 시작

시간이 흘러 회사 사정으로 인력이 하나둘 떠나게 되었습니다. 팀원들이 퇴사하면서 관리 체계가 느슨해지자, 저는 그동안 눈으로만 봐왔던 코드와 디자인을 직접 손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수정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CTO로서 시스템의 설계도를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덕분에, 낯선 코드 사이에서도 길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직접 코드를 수정하고 디자인을 공부하며 실무의 '결'을 몸소 익혔던 이 짧고도 강렬한 경험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전략가로서의 머리와 빌더로서의 손이 비로소 하나로 연결되는 감각이었습니다. 비록 그 스타트업은 사라졌지만, 그때 직접 키보드를 두드리며 느꼈던 그 무게감이 지금 제가 홀로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6. 역할이 사람을 바꾸고, 경험이 기준을 만든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지만, 그 역할이 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저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아야만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상태에서도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가려내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때 밤을 새워 고민했던 기술적 설계와 투자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응했던 경험, 그리고 마지막에 홀로 남아 코드를 만졌던 그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이제 저는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고, 조금 더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7. 맺으며: 모든 갑작스러운 시작을 응원하며

혹시 당신도 어느 날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역할을 맡게 되었나요? 준비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도망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책임은 사람을 예상치 못한 높이까지 끌어올립니다. 저 역시 전략가에서 CTO로, 그리고 지금의 1인 빌더로 변모할 수 있었던 건 그 '갑작스러운 시작'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그 간절함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태도가 결국 당신의 실력이 될 것입니다. 저의 이 치열했던 기록이,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한 모든 빌더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무너진 시스템 위에서 책임을 다하며 나만의 길을 개척해왔던 저의 성장 스토리를 응원해 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제가 더 단단한 빌더로 거듭나고, 더 가치 있는 경험들을 세상과 나누는 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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