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커리어 & 전환 선택 그 이후

다시 선택하라면 같은 길을 갈까?: 화려한 타이틀보다 ‘내 삶’을 선택했던 이유

안정적인 길 대신 불확실한 방향으로 돌아섰던 이유,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후회하지 못하는 선택들

Vailyn
Vailyn 2026.05.27
불확실한 길 앞에 홀로 서서, 안정 대신 자신만의 삶과 방향을 선택한 사람의 조용한 뒷모습

궤도에서 벗어난다는 것의 의미

한때는 '다음 단계'가 정해진 삶을 살았습니다. 정부 기관의 자문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조직의 이름 뒤에서 더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던 시간들이었죠. 남들이 보기에 그 길은 꽤 안정적이고 매끄러워 보였을 겁니다. 저 역시 그 궤도를 따라가며 '이게 맞겠지'라는 막연한 안도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자꾸 다른 방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회의실의 차가운 공기, 내가 결정하지 않은 방향에 맞춰 움직여야 했던 순간들, 그리고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무표정한 얼굴까지.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순간들 속에서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지금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1. 좋은 커리어를 가지고도 계속 공허했던 이유

흔히 커리어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타인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관의 자문 위원, 혹은 업계에서 주목받는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일들이 그것이죠. 저 역시 그런 화려한 이력들로 커리어의 빈칸을 채워가며 스스로를 자주 안심시키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 잡은 공허함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종종 부속품처럼 움직입니다. 내 결정 하나가 전체를 흔들지 않아도 되는 환경은 때로 안락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락함이 저를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밤을 새워 고민한 아이디어가 내 철학이 아닌, 누군가의 결재를 거쳐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구조. 기획자이자 개발자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정작 그 작업의 '주인'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공허함은 단순한 권태가 아니었습니다. '나만의 문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갈증에 가까웠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하고 코드를 짜는 일이 단지 업무를 완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마주하는 과정이길 바랐던 것이죠.

결국 저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불확실함' 자체보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는 감각에 더 오래 지친다는 것을요.

당시 제가 왜 그토록 안정적인 10년의 커리어를 뒤로하고 다시 시작을 선택했는지, 그 구체적인 고민의 조각들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을 함께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결국 저를 지금의 1인 개발자, 그리고 'Vibe Pick'을 만드는 빌더의 삶으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2. 결국 나를 가장 지치게 했던 건 ‘불확실함’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안정적인 궤도를 벗어나는 것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불확실함’ 때문일 겁니다. “당장 다음 달은 어떻게 하지?”, “만약 실패하면 어떡하지?” 같은 현실적인 질문들 말이죠. 저 역시 조직을 떠나 독립을 고민하던 시절에는 그 막막함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혼자만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저를 정말 지치게 만들었던 건 미래의 불확실함이 아니라, '통제권이 없는 상태에서 버티는 시간'이었다는 것을요.

조직 안에 있을 때는 많은 것들이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정해짐’은 나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습니다. 내 시간의 밀도를 내가 조절할 수 없고,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우선순위를 내가 정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무력감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커리어였을지 몰라도, 제 안의 엔진은 조금씩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던 셈이죠.

반면, 1인 개발자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불확실함은 성격이 전혀 달랐습니다. 서버비를 고민하고, 어떤 기능을 먼저 구현할지 선택하고, 서비스의 방향과 색깔을 직접 결정해야 하는 삶은 분명 더 불안정합니다.

물론 1인 개발자로 산다는 게 늘 낭만적인 것은 아닙니다. 혼자서 글로벌 서비스를 빌딩하며 마주했던 환상과 현실의 간극에 대한 기록을 읽어보시면, 자유 이면에 숨겨진 책임의 무게와 빌더로서의 고군분투를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그 결정의 끝에는 언제나 ‘나’라는 사람이 분명하게 서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방향이 틀렸다면 그것 역시 나의 경험이 되고, 맞았다면 그 결과 또한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신기하게도, 불안은 더 커졌는데 숨은 오히려 덜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정말 두려워했던 건 실패 자체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운전대를 스스로 잡고 있지 못한 채, 그저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감각. 어쩌면 저는 그 상태를 가장 오래 견디지 못했던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혼자 만드는 삶은 자유보다 책임에 더 가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1인 창업이나 독립적인 개발자의 삶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자유’라는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고,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삶 말이죠. 실제로 그런 자유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막상 그 안으로 들어와 보니, 그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책임이었습니다.

조직 안에 있을 때는 문제가 생기면 함께 고민할 동료가 있었고, 결정적인 책임은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 사이로 분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서비스의 작은 버그 하나를 수정하는 일부터, 서버 비용을 관리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읽고, 기능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까지. 그 모든 판단과 결과는 결국 제 몫으로 돌아옵니다.

특히 반려견들과 함께 조용한 작업실에 앉아 새벽까지 코드를 짜고 있을 때면, 예전에는 막연하게만 상상했던 ‘자유로운 삶’이 사실은 꽤 무거운 형태의 책임 위에 세워져 있다는 걸 자주 실감하게 됩니다. 내가 오늘 내린 결정 하나가 서비스의 방향을 바꾸고, 어쩌면 누군가의 경험 자체를 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대충 만들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건, 그 책임의 무게가 꼭 버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내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내 손끝에서 조금씩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은 묘한 만족감을 줍니다. 이전에는 시스템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익숙했다면, 지금은 비로소 ‘내 것’을 만든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아직도 이 삶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는 생각보다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선택한 모든 결과를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태도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예전보다 더 깊게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4. 다시 선택하라면, 나는 또 같은 길을 걸을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또 같은 길을 걸을까?”

예전에는 이 질문에 늘 조건을 붙이곤 했습니다. 조금 더 똑똑하게 시작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그 생각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저는 결국 비슷한 방향으로 걸어왔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고, 덜 헤매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혼자 새벽까지 코드를 붙잡고 있었던 시간들, 수없이 방향을 수정하며 불안해했던 순간들, 아무도 없는 작업실에서 스스로를 계속 의심했던 시간들까지도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든 과정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그 길을 걷지 않았다면 오래도록 비슷한 감각 속에 머물러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괜찮은 삶인데도, 정작 나는 내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느낌. 어쩌면 저는 그 공허함을 가장 견디지 못했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저에게 “잘 선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화려한 타이틀을 내려놓고 불확실한 방향으로 걸어간 덕분에, 비로소 저는 내가 정말 어떤 삶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으니까요. 완벽하게 성공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이제는 제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마 사람은 결국 자기다운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늦어질 수는 있어도, 잠시 멀어질 수는 있어도, 끝끝내 자기 마음을 완전히 속인 채 살아가기는 어려운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지금 누군가가 비슷한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저는 그 흔들림 자체가 이미 아주 중요한 신호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선택한 삶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속에 남게 되니까요.

"안정적인 길 대신 스스로 운전대를 잡는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때로 외롭고 무거운 책임을 동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걸어온 이 고민의 기록들이, 지금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계신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 단단한 모습으로, 그리고 더 깊은 고민을 담은 빌더로서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이 저에게는 큰 연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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